임신 프로젝트 두둥 탁!
우리 부부 결혼한 지 어느덧 5년.
미국에선 아무도 내 나이를 묻지 않다보니 내가 몇 살인지도 햇갈리고 나이를 먹어감에 점점 무뎌진다.
남편은 35, 나는 34 (당연히 만 나이).
솔직히 아직 젊은걸 넘어서 어리다고 생각하는데
지인들이 아이를 둘 셋씩 낳고 키우는걸 보니 조급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도련님네 조카가 8월이면 벌써 돌이다보니 이제 우리도 무슨 노력을 해서라도 가져야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티스토리 일기를 잊은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남편이 박사 입학 admission을 받았고
그래서 우린 8월에 atlanta로 이사를 간다.
운 좋게 석사 졸업 후에 남편이 일자리도 구해서 현재는 평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 나는 미국 온 3년동안 곱게 기른 머리를 미련없이 똑 단발로 잘라버렸고 (처음 미용실 감!!)
시댁 가족들과 다 같이 2주 전에는 캐년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모든 일들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중인데
임신은 내 뜻 대로 흘러가질 않네?
몸에 문제가 있다면 얼른 고쳐버리고 싶기도 하고 남편 직장 덕분에 보험도 가능해져서
다짜고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의 모습으로 LA 난임병원 진료 예약을 해버렸다.
보험 카드가 막 나오자마자 첫 진료를 봤고 워낙 몸이 튼튼했던지라 미국에서 병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병원비 결재는 어떻게 하는지, 진료는 어떻게 보는지, 보험은 어떻게 적용해야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 상태였다.
남편은 매일 출근해야하니까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온 몸으로 생전 처음 경험하는 퀘스쳔들을 맞닥뜨리기 시작했다.
대자연 캐년투어 다녀오고 나서 원인모를 자신감이 생긴걸까.
(1) 처음엔 Koreatown 한타에 있는 LA 난임병원을 검색했고 베버리힐즈에 한국인 의사가 있는 곳을 컨텍했다.
병원 진료실 뷰가 너무 좋았던 기억과 한국인 간호사 분이 일일이 통역해주셨던 덕분에 첫 날 질초음파와 피검사까지 아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고 꼼꼼하게 봐주셨고 집에서 거리도 가까웠는데 보험적용이 안되는 곳이라 결국 검사만 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자궁난관조영술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겠다는 처방과 함께 이 병원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reddit, google, yelp 모든 웹사이트 후기를 뒤져봤지만 쉽게 유명한 의사를 찾을 수는 없었다.
어떤 병원은 예약하고나서 의사 이름을 구글링하다가 시험관 과정 중 배아 수정 실수가 있었던 곳이라는 뉴스를 보고 황급히 하루 전 날 진료를 취소한 적도 있다. (후덜덜)
아무튼 뭣도 모르고 조금 괜찮은 것 같은 병원 3~4 곳을 예약을 했는데 한국 같았으면 2분도 안걸릴 예약을 매번 전화해서 무슨 말하는지 못 알아듣고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한다고 아주 우당탕탕 대잔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영어 리스닝과 스피킹이 많이 늘긴 했다.
(2) 두 번째 병원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를 받는 난임센터였고 첫 진료도 zoom으로 봤다. 5-10분 정도로 짧게 진료를 봤고 지금 생각해보니 크게 의미있는 내용들은 아니었던 것 같고 환자 스크리닝하는 정도였다. 사실 나도 의사가 어떤지 스크리닝해보고 싶어서 예약했던거니까. 이 의사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담백한 백인남성이었다. 내 나이가 젊지 않다고 했고 생리를 시작하면 바로 본인에게 다이렉트로 메일을 보내라고하고 끝.
병원서치에 벌써 지쳐가던 찰나.. 생리가 시작됐고 (2) 병원 의사에게 생리가 시작됐다고 메일을 보냄과 동시에 (3) 후기가 좋은 의사와 첫 진료를 보는 날이 다가왔다.
(3) reddit, yelp 리뷰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던 의사의 병원을 남편과 처음으로 같이 방문하게 됐다. 위 병원들과 비교해서 거리는 훨씬 멀었지만 영어 잘 하는 남편이 동행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든든했다. 이 병원은 지점이 3군데 정도 되는 것 같고 몇 가지 과정을 제외하고는 우리 집과 가까운 지점을 선택해서 방문할 수도 있었다. 이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연세가 있으신 백인 남성이었는데 약 1시간정도의 진료를 봤던 것 같다. 차분한 성격에 적당한 다정함을 가지고 계셔서 편안히 진료를 봤다. 다만, 그 분의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문제였다. 아무튼 병원 방문 일주일 전에 접수원이 보내준 접수서류를 작성해서 메일로 보냈고 마침 생리중이라 질초음파를 보자고 하셔서 첫 진료 당일 질 초음파를 봤고 남편 정자검사와 내 피검사 약속까지 잡고 귀가했다.
귀가하면서 남편이랑 나는 근처 공원에 누워 같은 생각을 나눴다.
'아 이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게 되겠구나'..
이렇게 다른 병원을 또 가면 또다시 질초음파부터 시작하겠지란 생각에 이제 그만 정착하자는 마음이 들었고
다른 병원을 알아본다한들 크게 다를 것 같지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자 이렇게 총 3군데 난임센터병원의 진료를 봤고 결국 난 3번째를 선택했다.
그러나 우당탕탕 진료를 보는 그 과정에서 난 아직 아무 비용도 지불한 적이 없었다.
과연 내 진료비는? 내 보험적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었을까? 조금씩 섬뜩해지고 있던 순간.. (다음 편에서 계속...)
* 난임센터와 관련된 더 자세한 정보들은 '생활정보공유'에 게시하도록 하겠습니다 :)